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 두번 째 감상글입니다. 작가 이응준은 이 책에서 죽음, 사랑, 행복,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특히 이 책의 절반 정도는 작가가 죽음이 가까이 와 있던 시절에 쓴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74쪽 '죽음에 관한 소견' 글은 처음 부터 끝까지 한 글자 한 글자를 꼭꼭 씹어가며 읽었던 인상 깊은 장이었습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극한의 고통과 아픔 속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이 저는 늘 탐탁치 않았습니다. 불만이기도 했고요. 작가들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고통과 아픔들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불만이 좀 줄어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카타르시스를 얻는 포인트가 있을텐데 어떤 작가에게는 글이 그런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나서 좀 더 편하게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감상 글을 시작해보겠습니다.
47쪽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이에 학문 따윈 필요 없다. 유기견 보호소에 가 보면 된다. 배신당해 버려진 개들이 인간을 증언하고 있을 것이다....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붙은 개를 안고 그 허물어져 가는 건물이 진짜로 와르르 무너지기 전에 서둘러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새로운 가족이 끝까지 생기지 않는다면 안락사를 당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저 연옥을 하염없이 견뎌야 할 아이들이었다. 나는 심한 죄책감에 사로 잡혔다."
나는 사람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본다.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내와 사랑으로 기다려주는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변화가 요구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게 사실이다. 나도 인간의 어두운면을 늘 보며 산다. 배신도 당하고 상처도 받곤 한다. 이제는 나이가 드니 그런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굳이 가까이 하지는 않는다. 내가 인간 누군가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며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면 그만큼의 애정과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를 내고 분에 차서 누군가에게 말로든 작가처럼 글로 쏟아내건 그건 그만큼의 애정이 있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 일지도 모른다.
48쪽 "나는 아이의 이름을 '행복'으로 정했었다. 나는 불행했고, 행복하고 싶었다. 나는 어렵게 찾은 내 행복이 도망칠까 봐 행복이를 더 꼭 안았다."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작가는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분명히 알고 현재 행복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주변에 행복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행복하다고 사람들한테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가끔 정말 행복한건지 스스로 되물어본다.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너는 더 행복할 수 있을것 같아?' 라고 물어보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나에게 목표가 생기고 살아갈 희망이 생기니 나에겐 행복한 과정이다. 모든게 다 주어져 있고 노력해야 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다면 얼마나 삶이 지루하고 의미가 없을까? 작가는 자신이 불행했었고 현재는 반려견 행복이를 들여오는 순간 무척 행복해보인다. 그리고 그 행복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한다. 이미 사랑하는 반려견 토토를 하늘나라로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환경에 최적화 되어 적응하며 사는 능력이 탁월하다. 갖지 못했던 것을 갖게 된 순간 행복은 최고조에 달하지만 얼마간 있다가 금방 적응하여 그것이 나에게 그렇게 큰 행복하고 감사할 일인지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다. 실제로 불행할것 같은 사람들하고 대화를 해보면 알겠지만 그 사람 스스로는 자신이 그렇게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것 같다. 담담히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동정심이 아닌 그저 평범한 행복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것 같다.
89쪽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같이 온다. 좋은 일이 왔을 적에 그 안에 숨어 있는 나쁜 일을 보아야 하고 나쁜 일이 왔을 적에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좋은 일을 보아야 한다. 저들은 더 가지려다가 저렇게 된 게 아니다. 다 가지려다가 저렇게 된 것이다. 그 몇가지를 더 가지지 않았더라면, 저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저렇게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다지도 정의로움을 자처하는 자들이 사방에 득실득실한데 왜 세상은 한 치도 나아지질 않고 날이 갈수록 더욱 끔찍해져만 가는 것일까?"
앞에 두 문장을 읽었을 때는 '겸손과 희망에 대해 얘기하나보다' 했는데 뒷문장을 보니 의로움과 더 연관이 있는 것 같다.
90쪽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어야 올바른 정치적 판단이 가능하듯......"
무조건 의심하고 봐야 진짜가 보인다. 100% 동의 한다.
98쪽 "세상이 아름답다면 글 같은 건 왜 쓰겠는가 말이다. 세상이 아름다운데 아름다운 예술이 왜 필요하겠는가 말이다 슬픈 세상에서 슬픈 인간에게, 슬프기에 진정 아름다운 것들이 왜 필요하겠는가 말이다."
아름다운 글을 읽기 위해 세상이 슬퍼야하는가? 아니면 세상이 슬프기 때문에 아름다운 글이 필요한건가? 세상은 반대되는것이 있어야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라는것이 존재하고 아름답다는것은 아름답지 않은것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선과 악도 마찬가지이다. 선한것만 존재한다면 선함의 존재의미가 없다. 우리는 그 둘 중에 한가지를 선택하며 발전하고 성장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반대되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더 많이 하며 살아가는지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될지가 결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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